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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넬대 연구진, 곤충 형태와 비행 안정성의 관계를 수학으로 규명… "로봇 설계의 판도를 바꿀 것"

(장애인인식개선신문 = 최봉혁 칼럼니스트) 새나 잠자리가 거센 바람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날아가는 모습을 본 적 있는가. 마치 아무런 노력도 필요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과학자들도 수십 년간 풀지 못한 복잡한 물리학이 숨어 있었다. 이제 미국 코넬대학교 연구진이 그 비밀의 핵심 열쇠를 찾아냈다.

10년 연구 끝에 나온 '두 줄짜리 공식'

코넬대 물리학과 및 기계항공공학과 Z. 제인 왕(Z. Jane Wang) 교수 연구팀은 곤충의 몸 구조가 비행 안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컴퓨터 모델을 새롭게 개발했다. 이 연구는 2026년 5월 1일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중 하나인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됐다.

연구의 출발점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왕 교수팀은 당시 3D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초파리가 약 4밀리초(0.004초)마다 날갯짓을 하며 몸의 자세를 감지하고 균형을 잡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하지만 한두 종의 곤충만 분석해서는 날갯짓 비행의 보편적 원리를 이해할 수 없었다. 수백만 종에 달하는 곤충 전체를 아우르려면 완전히 새로운 계산 도구가 필요했다.

왕 교수와 제1 저자인 오웬 웨더비 연구원은 기존 3D 모델을 획기적으로 정제해, 핵심 물리 법칙은 그대로 살리면서도 훨씬 빠르게 계산할 수 있는 새 모델을 만들었다. 이 모델은 날개 대 동체 질량비, 날개 하중, 날개 경첩 위치, 날갯짓 빈도, 날개 운동 진폭이라는 다섯 가지 핵심 변수를 중심으로 작동한다. 왕 교수는 이를 "5차원 형태학적·운동학적 공간"이라 부른다.

방대한 5차원 공간을 계산한 결과, 놀랍도록 간결한 두 가지 안정성 공식이 도출됐다. 이 공식은 날갯짓 빈도, 경첩 위치, 날개와 몸체의 질량 비율 사이의 상호작용이 일종의 '반공진(anti-resonance)' 상태에 도달할 때 비행체가 저절로 안정을 유지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곤충이 불안정하다"는 기존 통념을 뒤집다

이번 연구에서 가장 놀라운 발견은 기존 학계의 상식을 정면으로 뒤집은 부분이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한두 종을 제외한 대부분의 곤충이 본질적으로 불안정하게 비행하며, 이를 보정하기 위해 복잡한 신경 회로에 의존한다고 믿어왔다.

왕 교수는 "형태학적 공간을 확장하자, 수동적으로 안정된 비행이 가능한 형태가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이전에 우리가 연구했던 것들은 이 거대한 지도에서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던 셈"이라고 설명했다. 즉, 곤충의 몸 형태 자체가 이미 안정적 비행을 위해 '설계'되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수동적 안정 비행(passive stable flight)'이라 한다.

한국 드론·로봇 산업에 던지는 시사점

이번 연구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공학적 응용 가능성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 로봇공학자들이 개발 중인 초소형 날갯짓 드론(플래핑윙 드론)은 대부분 복잡한 센서와 피드백 제어 시스템에 의존한다. 그런데도 안정적인 비행을 구현하는 데 번번이 어려움을 겪어왔다.

왕 교수는 "기존의 피드백 제어 방식 대신, 날갯짓 장치의 형태와 진동수를 우리가 발견한 두 가지 규칙에 맞춰 조절하면 비행체가 이미 수동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복잡한 제어 소프트웨어 없이도, 기체의 물리적 설계만으로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 현재 국방·물류·농업·재난 대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차세대 드론 기술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특히 실내 정찰, 건물 내부 수색, 정밀 농업 등 좁은 공간에서 민첩하게 움직여야 하는 임무에는 기존 프로펠러 방식보다 날갯짓 방식의 초소형 드론이 유리하다. 이번 연구가 제시한 설계 원칙은 이러한 차세대 드론 개발에 실질적인 로드맵이 될 수 있다.

진화의 비밀을 푸는 새로운 도구

이번 연구의 의미는 로봇 설계에만 그치지 않는다. 안정성 특성을 수학적으로 모델링할 수 있게 되면서, 날개 달린 동물을 분류하고 수억 년에 걸친 비행 진화를 추적하는 완전히 새로운 방법이 열렸다.

왕 교수는 "진화 과정에서 어떤 형질이 선택되는지, 왜 선택되는지에 대해 우리는 아직 거의 모른다"며 "수학적 모델링을 통해 기존의 선입견을 뛰어넘어 이 거대한 질문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4밀리초마다 한 번씩 날개를 퍼덕이는 작은 초파리 한 마리에서 시작된 연구가, 로봇공학의 난제를 풀고 진화의 수수께끼에 다가가는 열쇠가 된 셈이다. 앞으로 이 '두 줄짜리 공식'이 하늘을 나는 로봇의 모습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 연구는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코넬대학교 공식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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