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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봉혁ESG경영 칼럼] 관행의 벽을 허문 조달청, 디지털로 '신뢰의 다리'를 놓다

글 ㅣ 최봉혁칼럼니스트 ㅣ 한국구매조달학회 이사 ㅣ 신뢰는 행정의 자본이다. 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국민과 시장이 믿지 않으면 그 정책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그동안 관가의 주요 정책 회의는 굳게 닫힌 문 뒤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치열한 논쟁과 의사결정 과정은 가려진 채, 정제된 결과만이 보도자료라는 이름으로 통보되곤 했다. 국민과 기업은 그저 결과를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입장에 머물러야 했다.

하지만 백승보 청장이 이끄는 조달청이 이러한 관행의 벽을 과감히 허물었다. 개청 이래 최초로 정책 방향을 결정짓는 부서장 회의를 생중계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정보의 공개를 넘어, 공공조달의 패러다임을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인 국민과 기업 중심으로 대전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조달청은 오는 12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열리는 ‘2026년 상반기 조달부서장 회의’를 유튜브 채널 ‘조달청 TV’를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한다. 내부의 내밀한 의사결정 과정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결단이 아니다. 이는 “공개해야 국민 중심 국정운영이 실현될 수 있다”는 국정철학을 조달 행정 현장에 구체적으로 구현한 사례이자, 백 청장이 취임 이후 강조해 온 행정의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이번 생중계가 갖는 함의는 엄중하다. 박철웅 조달청 대변인의 설명처럼, 국민과 기업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 정책의 수용성을 제고하고 집단지성을 모으는 공론의 장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행정이 더 이상 상아탑 속의 고고한 논의가 아니라, 치열한 민생 현장과 호흡하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이날 회의에서 논의될 4대 추진전략은 현재 우리 경제가 직면한 과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공공조달 개혁, 기업의 성장과 도약 견인, 원칙과 기본에 충실, 지속가능 성장 지원이 그것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은 기업의 성장 견인과 지속가능 성장 지원이다. 연간 200조 원에 달하는 공공조달 시장은 단순히 물품을 구매하는 곳이 아니다. 중소 벤처기업의 성장을 돕고 ESG 경영을 확산시키는 거대한 테스트베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번 생중계를 통해 기업들은 조달청의 정책 방향을 미리 읽고, 선제적으로 사업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얻게 된다.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여 기업 간의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공공의 이익을 실현하는 첫걸음이다.

또한 이는 디지털 전환 시대에 부합하는 스마트 행정의 표본이다. 조달청은 이번을 시작으로 주요 간담회와 기업 소통 현장까지 생중계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과거에는 물리적 거리나 시간적 제약으로 인해 정책 정보에서 소외되었던 지방의 중소기업인들도 이제는 스마트폰 하나로 정책의 현장을 목도할 수 있게 되었다. 기술이 소외를 극복하고 포용적 성장을 돕는 도구가 된 셈이다.

물론 보여주기식 행사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형식의 파격만큼이나 그 안에 담길 콘텐츠의 진정성이다. 각 국장이 발표할 핵심 과제들이 얼마나 현장의 절박함을 반영했는지, 그리고 토론 과정에서 얼마나 치열한 고민이 오가는지가 국민들에게 그대로 전달될 것이다.

조달청의 이번 시도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대한민국 공공기관 전체로 확산되는 행정 혁신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투명하면 깨끗하고, 깨끗하면 신뢰받는다. 밀실의 빗장을 풀고 광장으로 나온 백승보 청장과 조달청의 용기 있는 발걸음에 박수를 보낸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바라는 신뢰받는 정부, 공정한 사회로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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