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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경영칼럼]5월부터 본격 시행하는 '장애인 개인예산제 시범사업 3차년도

글 ㅣ 최봉혁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 ㅣ 장애인인식개선신문 ㅣ "복지는 베푸는 것이 아니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장애인 복지를 '돌봄'의 언어로 말해왔다. 누군가를 돌보고, 보살피고, 지원한다. 그 언어 속에서 장애인은 늘 서비스를 '받는 사람'이었다. 무엇을, 언제, 어떻게 받을지는 제도가 정했고, 기관이 정했고, 때로는 보호자가 정했다. 정작 그 서비스의 주인인 당사자는 정하지 못했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5월부터 본격 시행하는 '장애인 개인예산제 시범사업 3차년도'는, 바로 이 오래된 구조에 균열을 내는 시도다. 그리고 이 균열이 ESG 경영의 본질과 깊이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제도의 윤곽 — 무엇이 달라지는가

먼저 제도를 이해하자. 현재 장애인에게는 활동지원, 발달장애인 주간활동, 청소년 방과후활동, 발달재활서비스 등 4가지 바우처가 제공된다. 이 바우처는 정해진 기관에서 정해진 서비스에만 사용할 수 있었다. 활동지원 바우처로 보조기기를 살 수 없었고, 발달재활 바우처로 음악학원을 다닐 수 없었다.

개인예산제는 이 벽을 허문다. 장애인이 본인 바우처 급여의 최대 20%를 '개인예산'으로 전환하면, 이 금액으로는 자신에게 진정 필요한 서비스와 물품을 직접 선택하여 사용할 수 있다. 올해 전국 최대 50개 시·군·구에서 960명이 참여하며, 국비와 지자체 보조금을 합쳐 약 38.8억 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된다.

숫자만 보면 하나의 복지사업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제도가 품고 있는 철학을 들여다보면, 이것은 예산 배분의 기술적 변화가 아니라 '누가 결정하는가'에 대한 근본적 전환이다.

S(사회) — 선택권이라는 이름의 존엄

ESG의 'S'를 이야기할 때, 기업들은 흔히 사회공헌 실적을 나열한다. 장애인 고용률, 기부 금액, 봉사활동 시간. 이런 지표들이 무의미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그 모든 '지원'의 과정에서, 당사자의 목소리는 얼마나 반영되었는가.

장애인 개인예산제의 핵심은 '자기결정권'이다. UN 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는 장애인이 "어디서, 누구와 살 것인지를 선택할 권리"가 있으며, "특정한 생활 방식을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 원칙은 종이 위의 문장에 가까웠다.

시범사업에서 수집된 한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뇌병변 장애인 한 분은 매일 아침 활동지원사가 도착할 때까지 침대에서 기다려야 했다. 스스로 일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개인예산제에 참여한 뒤, 이 분은 모션베드와 직립보조기기를 구매했다. 그 뒤로는 활동지원사 없이도 혼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할 수 있게 됐다.

이것은 단순히 기기를 하나 산 이야기가 아니다. 하루의 시작을 타인의 스케줄이 아닌 자기 의지로 열 수 있게 된 이야기다. 아침에 스스로 일어나는 것. 이 지극히 평범한 행위가 누군가에게는 존엄의 회복이었다.

ESG 경영서 'Social'이 진정으로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보다 더 선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 있을까. 사회적 책임이란 결국, 사람이 사람으로서 존중받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그리고 존중의 시작은 '당신이 결정하세요'라는 한마디에 있다.

G(지배구조) — 의사결정 구조의 혁신

ESG의 'G'는 통상 이사회 구성, 감사 독립성, 주주 권리 같은 기업 내부의 지배구조를 가리킨다. 그러나 G의 본질은 더 넓다. "누가 결정하고, 그 결정은 얼마나 투명하며, 결정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참여는 보장되는가." 이것이 거버넌스의 진짜 질문이다.

장애인 개인예산제는 복지 거버넌스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실험이다.

기존 바우처 체계에서 의사결정의 흐름은 위에서 아래로 향했다. 중앙정부가 제도를 설계하고, 지자체가 집행하며, 서비스 기관이 제공하고, 장애인이 수령한다. 이 구조에서 장애인은 의사결정 체계의 최하단에 위치했다.

개인예산제는 이 흐름을 뒤집는다. 장애인 당사자가 이용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지자체의 '참여자 지원위원회'가 승인하는 구조다. 장애인복지 전문기관이 계획 수립을 지원하되, 최종 선택은 당사자의 몫이다. 보건복지부가 전체 틀을 관리하고,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이 정보와 재정을 투명하게 운영하며, 시범사업 사무국이 모니터링을 담당한다.

이 다층적 추진체계는 복잡해 보이지만, 그 설계의 방향은 명확하다. '결정권은 당사자에게, 지원은 전문기관에게, 관리와 감독은 공공에게.' 각자의 역할이 분리되어 있으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된 이 구조는, 기업의 ESG 거버넌스가 추구해야 할 이상과 정확히 겹친다.

이해관계자의 참여가 형식이 아닌 실질이 되려면, 의사결정의 구조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이사회에 사외이사를 앉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결정의 영향을 받는 사람이 결정의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예산제가 복지 영역에서 시도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것이며, 기업 경영의 거버넌스에도 그대로 적용 가능한 원칙이다.

E(환경) —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

언뜻 장애인 복지와 환경(E)은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러나 조금만 시야를 넓히면 연결고리가 보인다.

개인예산제가 성화되면, 장애인은 지역 내 다양한 소규모 서비스와 자원에 접근하게 된다. 대형 기관 중심의 서비스 이용이 줄고, 동네 학원, 인근 체육시설, 가까운 보조기기 판매점 같은 지역 자원의 활용이 늘어난다. 이는 이동 거리를 줄이고, 특수 차량 이용을 줄이며, 결과적으로 탄소 발자국을 감소시킨다.

더 본질적으로는, ESG에서 '환경'이 추구하는 것은 지속가능성이다. 장애인이 자신의 필요에 맞는 서비스를 스스로 선택하고 관리하는 능력을 갖추게 되면, 불필요한 서비스 중복이 줄고,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이루어진다. 필요 없는 서비스를 억지로 소비하지 않는 것, 꼭 필요한 곳에 예산이 쓰이는 것. 이것이야말로 공공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다.

기업이 여기서 읽어야 할 것

그렇다면 기업은 이 제도에서 무엇을 읽어야 하는가. 세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첫째, '수혜자'를 '파트너'로 전환하라. 많은 기업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은 여전히 시혜적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장애인에게 보조기기를 기부하고, 장학금을 전달하며, 일자리를 제공한다. 이 모든 활동이 가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당사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물었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개인예산제가 보여주는 것처럼, 진정한 사회적 가치는 당사자의 선택권을 존중할 때 비로소 만들어진다. ESG 보고서에 기부 실적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수혜 대상자가 프로그램 설계에 참여했는지를 공시하는 기업이 등장한다면, 그것이 진짜 S(사회)의 혁신일 것이다.

둘째, 거버넌스의 범위를 확장하라. 기업의 지배구조 논의는 주주, 경영진, 이사회 안에서 순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기업의 결정이 영향을 미치는 범위는 훨씬 넓다. 직원, 지역사회, 소비자, 협력업체, 그리고 장애인을 포함한 소수자 집단. 개인예산제가 복지서비스의 거버넌스를 당사자에게까지 확장한 것처럼, 기업도 이해관계자 거버넌스를 실질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ESG 위원회에 장애 당사자나 시민사회 대표를 참여시키는 것은 형식이 아니라, 더 나은 의사결정을 위한 투자다.

셋째, '측정 가능한 임팩트'를 재정의하라. 개인예산제의 효과는 집행률이나 참여자 수만으로 측정되지 않는다. 아침에 혼자 일어날 수 있게 된 사람, 원하던 악기를 배우게 된 청소년, 자기 의지로 하루를 설계하게 된 성인. 이런 변화는 정량 지표로 포착하기 어렵지만, 제도의 본질적 성과다. 기업의 ESG 성과 측정도 마찬가지다. 톤 단위의 탄소 감축량, 원 단위의 사회공헌 투자액 너머에, 실제로 사람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추적하는 질적 임팩트 측정이 병행되어야 한다.

38.8억 원의 실험이 묻는 것

전국 50개 지역, 960명의 장애인, 38.8억 원의 예산. 이 숫자는 대한민국 전체 복지 예산에 비하면 미미하다. 그러나 이 작은 실험이 담고 있는 물음은 결코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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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식개선신문≫ [ESG경영칼럼]5월부터 본격 시행하는 '장애인 개인예산제 시범사업 3차

[ESG경영칼럼]5월부터 본격 시행하는 '장애인 개인예산제 시범사업 3차년도(AI이미지)  © 장애인인식개선신문 글 ㅣ 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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